홍포 해금강 벵에돔
산중턱에 차를 세우고 환하게 떠 있는 보름달을 잠시 감상해 보는데
산중에 홀로 서서 비상등 넣고 있으니 그 기분이 참으로 묘합니다^^
어두운 길을 헤드렌턴 켜고 산소 두 개 지나서 내려와서는
바다와 어우러진 달빛을 또 감상해 봅니다
요즘 대세인 감성돔낚싯대를 드리워 볼 만은 한데
잠이 부족하고 두어 시간 운전한 상태에다 한 이십분 산길을 내려온 터라 그냥 쉬기로 합니다
날이 밝아 오면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새벽잠 설쳐가면서 부푼 꿈을 안고 거창한 설계를 하고 달려 온 꾼한테서 모든 기운을 다 뺏아갑니다
파도는 점점 더 거세지고 바람도 질세라 강해지면서
물은 뒤집어져서 뻘물이 되고 물살은 빨라서 채비를 내리지 못합니다
시간이 가고 만조가 되고 날물이 진행되면서 모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서
그나마 간간이 들어 오던 매가리 입질도 끊어집니다
원래 날물포인트라서 안 들어오던 입질도 들어와야 하는 판국인데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각이 다가 옵니다
두레박님한테 전화를 합니다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여기서 버티기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또 다른 곳을 향해 옮기느냐 ...
이 문제는 중요합니다
배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산을 올라가서 다시 산을 내려가야 하고
그 내려 간 산을 다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은 이 포인트를 버리고 다른 유토피아를 찾는 것으로 결정이 납니다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뻘물의 범위가 점점 저 넓어지고
그렇다 해도 갯바위 곳곳에는 한글날 휴일 쉬러 나온 꾼님들이 많습니다
운 좋게 차 댈 데가 있어서 다시 내려간 바다 상황입니다
여기도 앞 포인트와 마찬가지로 십미터 정도 갯바위에 붙어서 뻘물이 진행 중이고
그 너머는 온 바다가 적조가 들어서 물색이 선짓국에 선지색입니다
저 적조가 발 앞에까지 밀고 들어오면 모든 상황은 끝이 납니다
끝내는 발앞에까지 적조가 밀고 들어오고
그것이 부족한지 물때에 맞추어 쓰레기도 가세합니다
가끔 한 번씩 입질을 받아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풍경입니다
수달이 살림망을 안고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낚싯대를 놓고 폰을 꺼내서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수달한테 물어 봅니다
[임마! 니 지금 뭐하노?]
수달이 빤히 쳐다 봅니다
얼척이 없습니다.
절대 도망 안 갑니다
당장에 적조가 들어도 고기가 그 자리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 것인지
그래도 한 뼘 넘는 걸로만 서른 마리쯤 잡혀 주고 술뱅이도 열 댓마리 입질을 해주니
참으로 운수대통한 날 같습니다. 거제 벵에 포인트 전역에 벵에가 다 들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