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 벵에(너울과 적조 속에)
토요일 저녁!
적조가 동해까지 점령하고 있어서 출조하기에 많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갈 수 있을 때 가야하는 것이 낚시라서 일단은 낚시를 가기로 결심합니니다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차를 멈추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왔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거의 습관처럼 여기서 차를 세웁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새벽 찬 공기에 밝게 비취고 있어 운전으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을 식혀 줍니다.
새벽 세 시에 김해서 출발하여 다섯 시쯤에 갯바위에 도착합니다. 어스름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채비하고 밑밥 미끼 준비하고 나니 먼 곳에 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밑밥없는 첫 캐스팅을 합니다
첫 캐스팅에 밑밥 없이 미끼에만 반응해서 올라온 첫 고기입니다. [잡어가 잠에서 깨기 전에 밑밥 없는 캐스팅을 하라]는 벵에낚시의 이론이 있기도 해서 시험 삼아 확인 삼아 새벽에 갯바위에 도착할 때는 밝아질 때까지 밑밥 없는 낚시에 도전해 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성공입니다.
해가 뜨면서 갯바위 주변이 밝아 오고, 눈에 보이는 적조 기운입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들리던 처벌떡거리던 파도는 무시하고 왔는데, 적조끼를 보는 순간 앗차 싶습니다.
물이 맑으면 아무리 너울이 강하게 일어도 낮은 수중의 물체는 다 보이는데 적조 때문에 수중여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물이 아주 탁하고 간혹 붉은 기운이 돕니다.
보이는 너울도 그렇지만,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에 주인 잘못 만난 귀가 고생이라 소음성 난청이 생길 정도입니다. 도착해서부터 철수할 때까지 들물 날물 상관없이 처벌떡거립니다.
갯바위에서 대충 짐작에 삼십미터 앞까지 적조덩어리가 몰려 있는데 밀고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눈에 안 보이게 밀고 들어오고 있는데 갯바위 가까이 일렁이면서 바닥을 뒤집는 너울 때문에 적조끼가 없어지고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
시간이 가면서 너울이 더욱 거세지고 바람이 합류하면서 낚시여건이 점점 나빠지더니 급기야는 녹조끼까지 가세합니다. 바다가 이러고 있는 중에도 낚시는 계속되고, 아무리 해도 고기가 안 나와서 채비도 바꾸어 보지만, 복어만 반응합니다.
갯바위 근처에만 보이던 녹조가 시야 안의 모든 바다에 다 퍼져 나가고 결국에는 녹조와 적조와 너울이 함께 어울려 새벽부터 김해에서 졸린 눈을 부여잡고 달려온 꾼을 힘들게 합니다.
가지고 내려온 짐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먹을 건 다 먹었고, 마실 거 다 마시고, 밑밥 미끼꺼리 모두 다 낭비하지 않고 모두 썼습니다. 항상 그 느낌....진작에 철수 할 걸................^^
한국석유공사 안내판이 있어 들른 곳이 와현이어서 감상할 만큼의 노을은 아니지만 사진으로 담아 옵니다. 능포방파제에 내항에는 매가리 잡는 분이 많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느끼는 거제는 낚시꾼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한테 천혜의 땅인 것 같습니다.
조과로만 보자면 낱마리이지만,이번 출조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그런 출조여서
하루 왼종일 파도 소리에 시달리고 바람에 고전했지만 마음 속에는 풍성함이 남고 몸에는 빵빵한 느낌이 남습니다